남준식 이지스 헬스케어 연구소장(연세미소내과의원)
"만관제서 직접 겪은 불편함, 자동 입력 기능 개발로 이어져"

"포괄평가를 포함해 총 25번의 수동 지표 입력이 만관제를 포기하게 만든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동네의원을 통한 고혈압·당뇨병 관리 서비스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만관제)가 지난해 본사업으로 전환됐지만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선 현장 의료진들이 꼽은 주요 원인은 연 25번에 달하는 수동 지표 입력. 포괄평가의 경우 환자당 길게는 10분이 필요해 진료 시간이 끝난 후 숙제하듯 지표를 입력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불편은 언제나 시작이었다. 사소한 불편 하나가 질문이 되고, 질문은 곧 발명이 된다. "번거로운 수동 작업을 자동화할 순 없을까?"란 단순한 질문은 자동 입력 기능 개발로 이어졌다.
의사이자 이지스 전자차트 공동개발자로 잘 알려진 남준식 이지헬스케어 연구소장을 만나 1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의 개발 경위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들이 지친 이유…"숙제하듯 각종 지표 입력, 입력, 입력"
만관제의 핵심은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에 등록 후 검사를 통해 맞춤형 관리계획을 세워 교육·상담과 생활 습관 개선 등을 위한 다양한 환자 관리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 문제는 서비스에 들어가는 의료진의 노동력이 성가심을 넘어선 수준에 있다는 데 있다.
남 소장은 "엄살을 피는 것이 아니라 만관제 수가를 받기 위해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는 지표들이 너무 많다"며 "환자 한 사람당 연간 작성해야 지표만해도 교육상담 열번, 환자 관리 열두번, 포괄평가 한번, 중간 점검 두번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괄평가는 아무리 빨라도 5분, 길게는 10분까지 걸려 수백 명의 만관제 환자를 관리하는 의원들은 진료가 끝난 후 남아 숙제하듯 지표를 입력하기도 한다"며 "일부는 이 때문에 만관제 참여를 포기하기도 하는 등 수동 입력이 저조한 참여율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다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데이터나 기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지만 차트와 연동해 데이터 값 자동 불러오기와 같은 편의성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실제 420명의 만관제 환자를 관리하는 남 소장은 이러한 불편함을 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수동 지표 입력에 더해 스케쥴에 맞춘 관리 주기를 놓쳐 실제 수가를 받는 인원은 50% 안팎이라는 것.
남 소장은 "이에 차트 개발부서에 자동 입력 기능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며 "내부적으로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 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무엇을 가장 불편해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면 진찰료 이상의 비용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일정을 다 소화하는 의료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환자별로 관리 주기가 얼마나 됐는지, 일정에 따라 환자가 다음 상담 일정을 언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기능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력 자동화로 환자 진료 전념, 환자와 '윈윈'
1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의 핵심은 불편함 해소다.
남 소장은 "심평원 포털에 들어가서 지표를 입력하거나 전자차트에서 심평원 앱을 띄워야 하는 과정을 최소화하자는 걸 목표로 기능을 개발했다"며 "일일이 창을 띄워 EMR 데이터를 수동 입력해야 하는 과정을 없애고 이를 전자차트에 내재화해 환자 차트를 클릭, 끌어오기만 하면 자동으로 지표가 채워진다"고 했다.
그는 "환자들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전화나 메신저로 확인을 하고 비대면 진료 수가 코드를 생성해야 하는데 이를 깜빡하는 사례도 많았다"며 "이에 데이터 입력 후 자동으로 비대면 진료를 생성해 놓치는 수가를 방지코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능 개발은 본인이 겪은 불편함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며 "실제로 420명의 만관제 환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관리 주기를 놓쳐 50%만 수가를 청구할 정도로 주기 관리가 쉽지 않아 환자의 관리 시점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차트에 녹여냈다"고 강조했다.
수동 입력에 들어가는 노동력의 절감은 곧 환자 진료의 전념과 수익 개선 및 환자 건강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의사-환자의 윈윈 전략이라는 게 그의 판단.
남 소장은 "수동 입력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적절한 관리 주기를 잘 지키면 환자들은 혈당이 잘 조절돼 건강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며 "모든 수가를 다 청구했을 때 환자당 25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리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면 개원가에서는 괜찮은 고정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귀찮다고 만관제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툴을 활용해 틈새 시장을 노려보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지스 전자차트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무료 기능이라는 점에서 의료진들이 많이 알고 활용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