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전환점…의료계 문맹 벗어나야"

발행날짜: 2025-04-14 05:20:00
  • 미래 의료 현실은… 디지털임상의학회 회장 인터뷰
    보험·수가 제약에 발전 더뎌 "글로벌 격차 좁혀야"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의료도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접목되면서 헬스케어 분야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계는 아직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적·현실적 장벽에 막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디칼타임즈는 11일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 최동주 회장을 만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 최동주 회장을 만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료 4차 산업 답보 상태…글로벌 격차 우려

최 회장은 아직 국내 의료에서의 4차 산업기술 적용은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선 관련 기술이 연일 고도화되는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자본과 제도, 시장의 한계로 그 흐름에 충분히 올라타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4차 산업기술 연구 역량은 상위권이지만 상용화와 생태계가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규모 모델 개발 능력, 데이터 확보, 하드웨어 인프라 등 산업화 속도 측면에서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관련 기술 개발을 전폭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은 체감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최근 R&D 예산을 삭감하는 등 기술 개발에 큰 제약을 주고 있다는 것.

그는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이나 영상·음성 생성 AI는 해외에서 이미 수백 종이 상용화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실험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대형 자본이 필요한 분야는 물론이고, 제너러티브 AI 같은 비교적 소규모 기술조차도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반 의료기기 등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보험 수가가 없어 수익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기업들이 결국 해외 시장을 모색하지만,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지 못한 스타트업이 곧장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제도적 뒷받침 부족…수가 체계의 벽 어쩌나

또 최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분야에서 4차 산업 적용이 어려운 이유로 수가 체계를 꼽았다. 우리나라 기업이 AI 기반 의료기기 등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실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급여 목록에 등재된 행위·치료·장비만 수가를 인정한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일단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한 후, 과학적 근거를 쌓아 급여 등재 심사를 거쳐야 수가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통상 2~5년 이상 소요되는데, 그동안은 신기술은 '시장성은 있지만 수가 인정은 안 되는' 회색지대에 머물게 된다.

관련 분야가 발전하려면 신기술에 수가가 적용돼 수익을 낼 때까지 버틸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소규모·신생 기업이 많은 IT 분야 특성상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의료 분야에서 4차 산업 기술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보수적인 제도라는 것.

최 회장은 "기술은 있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없으니 병원과 의사 모두 외면하게 된다. 보험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이 뿌리내리긴 어렵다"며 "전제는 이런 기술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병원에 이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보험 제도나 수가 제도가 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주 회장은 현 보험, 수가 제도가 4차 산업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선 AI·빅데이터 적용 움직임 "갈 길 멀어"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선 현장에선 AI와 빅데이터 안정성을 검토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관련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한 모습이다.

특히 최 회장은 AI 기반 의료기기의 신뢰성 확보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식약처가 AI 의료기기 인허가 체계를 정비하며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과제여서, 병원 단계에서 보안을 강화하며 정보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AI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기의 오류는 곧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계는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AI는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를 얼마큼 믿을 수 있고 신뢰해야 하는지가 굉장히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빅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외에도 의료정보는 더욱 강화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병원 데이터는 방화벽이 강력하게 설치돼 있어 외부 접근이 매우 어렵다"며 "보안 위협을 이유로 데이터를 쉽게 공유할 수 없는 구조인데, 이런 구조에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CDM이나 MIMIC 같은 공동화 시스템이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 의료계 디지털 주도 방점 "문맹 없앨 것"

최 회장은 디지털임상의학회의 역할을 "디지털 문맹을 없애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호응하듯 학회 회원 수 역시 1000명을 넘어섰으며, 매 학술대회에 300~400명이 참석하고 있다.

학회 역시 이들의 4차 산업 기술 활용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학술대회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이를 검증하는 인증의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디지털 의료를 위한 정책적 방향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지금, 정부와 소통하며 정책 입안에 기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의료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실이다. 일상에서도 챗GPT를 쓰지 못하면 뒤떨어지는 것처럼, 의료계에서도 디지털 역량은 필수가 됐다"며 "이제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디지털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문맹'을 없애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함께 정부와 소통하며 정책 입안 창구로 기여해 의료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우리는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 한국 의료가 기술 경쟁력에서도 앞서기 위해선, 의료인 스스로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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