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직 기자
의료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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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AI가 알아서 선별…가능성 입증한 소아전문상담센터

정부가 추진중인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이 소아 환자 보호자 불안과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한 상황이다.12일 '2025 소아전문상담센터 심포지엄'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시범사업 성과와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한 소아전문상담센터는, 야간·휴일에 소아 환자 보호자들에게 24시간 전문 의료진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는 사업이다.2025 소아전문상담센터 심포지엄에서 카카오헬스케어 신용수 상무가 '소아 상담 AI의 발전과 가능성, 민간 업체의 역할'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응급똑똑' 앱을 통해 증상을 1차 분류하고, 경증일 경우 전문의나 간호사가 직접 상담해 가정 내 처치나 인근 병의원 방문을 안내한다. 소아 응급실 과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증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함이다.그 결과 시범사업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분당차병원 백소현 교수는 센터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상담 후 조치 결과를 보면 가정에서 경과를 관찰하겠다는 비율이 66%에 달했고, 동네 병·의원 방문은 20%였다. 반면 응급실을 찾겠다는 비율은 3%대에 그쳤다.짧은 시범사업 운영 기간과 홍보 부족 등으로 전체 모수가 많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사업을 통해 응급실 경증 환자 비율 감소와 1차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회송 효과가 확인된 것.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의료계 안팎에서 AI 기술 도입을 통한 소아 상담 서비스 효율성 증대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 이날 심포지엄에선 카카오헬스케어 신용수 상무가 '소아 상담 AI의 발전과 가능성, 민간 업체의 역할'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현재 카카오헬스케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과제로, 소아 환자 보호자 대상 AI 상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아 건강 상담, 응급 상담, 약물 상담 등 일반인용 6종과 의료진용 4종 등 총 10가지다.신 상무는 가장 먼저 데이터의 신뢰성과 저작권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LLM(거대언어모델) 학습 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 교과서와 관련 학회 자료의 라이선스를 정식으로 구매해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기술적으로는 특정 클라우드나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 모델' 전략을 채택했다. 카카오의 코GPT뿐만 아니라 업스테이지의 '솔라', 아이젠사이언스의 모델 등을 교차 활용해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것. 특히 의료 AI의 고질적 문제인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막기 위해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적용, 검증된 DB에 없는 내용은 아예 답변을 거부하도록 설계했다.실제 구동 중인 데모 시연도 이뤄졌다. '소아 응급 상담' 서비스의 경우 보호자가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입력하면, AI가 낙상 높이, 바닥 재질, 아이의 의식 상태 등을 추가로 질의하며 위급도를 판별한다.이 밖에도 의료 마이데이터와 연동해 ▲처방약과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주는 '약물 상담' ▲종이로 관리되던 성장 발달 곡선을 디지털화해 또래 대비 성장 속도를 비교해 주는 '성장·비만 관리' 기능 등이 소개됐다.AI가 상황을 분석해 안내하지만, 모든 답변 하단에는 '의학적 진단이 아니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라'는 경고 문구를 고정적으로 노출해 안전장치를 뒀다.이와 관련 신 상무는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26개 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 중이며, 개발에 관여하지 않은 별도의 5개 대학병원이 독립적으로 AI의 정확도를 검증하고 있다"며 "접근성이 높은 카카오톡 채널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2025 소아전문상담센터 심포지엄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분당차병원 박수현 교수, 백소현 교수, 권재현 교수다만 현장에선 AI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직 본사업 전환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비용과 검증 시간이 필요한 의료 AI 도입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AI의 환각 현상 등 치명적인 오류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아 환자 특성상 이런 오류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크다는 우려다. AI 도입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긴 하지만,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분당차병원 박수현 교수는 "AI가 80%는 맞는 정보를 주더라도, 소아 환자에게 투약 용량을 10배 초과해 잘못 알려주는 등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성인과 달리 소아는 작은 처치 실수도 큰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이런 AI의 오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현재 운영 중인 '응급똑똑' 앱 내 챗봇 시스템의 한계도 지적됐다. 기존 룰 베이스 기반 챗봇이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소통이 겉돌거나, 초기 증상 분류(트리아지) 과정에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다.의료진은 AI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현재의 챗봇 편의성을 개선하고, 보호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박수현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도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기존 응급환자 분류(KTAS) 시스템이 성인에게 맞춰져 소아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나, 챗봇 이용 시 질문이 맴도는 현상 등이 확인됐다"며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보호자들이 더 직관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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