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은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처방전을 발급했다 하더라도 약제비를 징수할 수 없고, 의료기관에 지급할 진료비에서 상계처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3부는 28일 서울대병원과 개원의 이 모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원외처방약제비 41억원, 1300여만원을 각각 반환하라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설령 병원의 원외처방으로 공단에게 비용지출의 증가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병원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공단은 보험급여비용을 받지도 않은 병원으로부터 직접 부당이득금을 징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원외처방과 관련해 약국 등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스스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부당이득의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을 했다는 것만으로 허위 진단을 했다고 볼 수 없어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해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게 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의 입법 목적, 의료기관의 주의의무 범위 등에 비춰볼 때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처방전의 발급이 보험자에 대해 위법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담당 의사가 공단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해 고의, 과실로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러한 처방전 발급이 공단에 대한 관계에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대병원은 2001년 6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진료한 일부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심평원에 심사청구했지만 공단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처방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에서 41억여원을 차감한 채 지급하지 않자 지난해 8월 진료비 지급 민사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모 원장 역시 서울대병원과 유사한 이유로 지난 2월 요양급여비용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약제비에 있어서는 설령 처방전 발급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다고 할지라도 공단은 건강보험법 52조(부당이득의 징수)에 근거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약제비용을 징수할 수 없고, 나아가 불법행위를 주장해 진료비에서 상계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전 발급이 과잉처방인지 여부에 관해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며, 약제비를 제외한 요양급여(수술이나 진찰) 등에 있어 과잉진료 여부에 관해서도 판단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은 공단이 법에 의한 징수 또는 불법행위에 의한 상계를 할 수 없게 되는 결과 요양급여기준이나 심평원의 심사가 무력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바,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법에 근거규정을 두는 입법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을 부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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