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명·간호사 4명 6개월 인건비 1억2600만원 지원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기능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하고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률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정의를 국·공립 '설립 및 소유'의 관점에서 '기능'의 관점으로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민간의료기관도 법률이 정하는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위해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의료취약지역을 선정했고 최근 관련 예산안을 마무리 지었다.
당초 복지부는 의료취약지 3곳을 선정해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를 지원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한 개 지역에서 한 개 진료과만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획으로 수정했다.
복지부가 확보한 예산은 시설·장비 보강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2억 2000만원으로, 지자체 역시 같은 비율의 예산을 부담하기 때문에 총 시범사업 예산은 4억 4000만원이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내과, 외과, 소청과 등이 없는 의료취약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며 "일단 한 개 지역의 한 개 진료과에 대한 지원이 가능할 만큼만 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당장 다음주부터 시범사업 공모와 관련된 공문을 시도에 하달하고 민간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다음주 정도에 시도로 공모 공문을 내려 보낼 것"이라며 "15개 의료 취약지가 속해 있는 시도에서 민간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아 복지부에 공모하면 이를 평가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사 1명, 간호사 4명 6개월 인건비가 1억 2600만원?"
그러나 시범사업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예산 4억 4000만원 중 인건비는 1억 2600만원으로, 의사 1명과 간호사 4명에 대한 6개월분 임금으로 지원된다.
의료계는 최소한의 지원도 없이 민간의료기관의 희생만 요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우리나라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제도는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으로 만들어져 왔다"며 "이런 식의 시범사업은 보건의료를 보는 정부의 시각을 극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송 대변인은 "정부가 지원하는 인건비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의사나 간호사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일방적 사명으로 일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제도는 '미니멈 리콰이어먼트(minimum requirement)'가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의료인력을 구하려면 정부 지원금보다는 더 줘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자본을 투자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입장도 생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생색은 정부가 내고 시범사업 실패 책임은 의사가 지라는 것"
시범사업이 실패할 경우 책임은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지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최소한의 예산으로 정부는 면피성 정책적 홍보는 가능하겠지만 그런 제도가 의료취약지에 얼마나 득이 될지 모르겠다"며 "국민에게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잘 안 되면 책임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자들의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취약지에 대한 개념 정립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원도 평창군 W 의원 K 원장은 "사실 요즘에는 의료취약지라는 개념을 명확히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며 "군단위 지역에 환자의 수요가 많지 않은 진료과들이 없다고 하지만 접근성 자체만 보면 왠만한 병원까지 한시간 내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 원장은 "그런 곳에 굳이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 들어올 만한 유인기전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환자들의 요구도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의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기관에 책임을 부여하기 보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가 효율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차라리 기존 공공의료기관을 더 내실있게 운영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예전에는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간 봉직의 임금 차이가 컸다면 지금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조례 개정 등을 통해 공공의료기관에 고용하는 봉직의의 임금수준을 올리면 충분히 전문 의료인력을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취약지 의사 인건비 연봉 2억 5000은 돼야 가능"
지방의료원 원장마저 정부가 책정한 인건비로는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적 기능을 수행키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원장은 "특히 인력이 취약한 진료과를 감안하면 정부 예산은 의료인력을 구하기 너무 적은 금액"이라며 "그 예산을 지원 받고 누가 운영하려 하겠나.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인건비 전액 지원은 아니며 나머지는 민간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시범사업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인건비를 전액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사 1명과 간호사 4명의 6개월 인건비 1억 2600만원 외의 나머지는 민간의료기관이 보충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