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피임약 재분류(안) 공청회
"내 말이 옳다."
15일 열린 피임약 재분류 관련 공청회 현장에서 3시간 내내 울려퍼진 목소리다.
공청회 현장.
식약청과 보사연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소재 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피임약 재분류에 대한 각계의 찬반 의견을 들었다.
입장은 극명히 갈렸다.
의료계와 종교계는 생명존중과 여성건강 등을 이유로 사전·사후피임약 모두 의사 처방을 받아야하는 전문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산부인과 개원의.
최안나 산부인과 개원의(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는 "현장에서 낙태를 해달라고 오는 환자들을 매일 같이 만난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안다. 그런데 정부는 전문가인 의사 말을 안 듣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 논의까지 온데는 의사 책임도 있다. 우리도 고치겠다. 일각에서 피임약 처방시 환자 부담금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다. 말도 안된다. 낙태에 쓰는 돈은 안 아깝고 피임 진료에 드는 비용은 아깝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약사계와 시민단체는 여성의 권리와 경제적 비용부담, 접근성 등을 고려해 모든 피임약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김대업 약사회 부회장은 "지금 의사들의 진료는 한계가 있다. 피임약이 그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 의사는 배란기 중 임신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도 "의사만 피임 관리를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단체가 기존의 입장을 공청회에서도 재반복한 것이다.
이에 여성변호사협회 이명숙 부회장은 "사전·사후피임약이 어디에서 처방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피임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청회 현장.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마련된 피임약 재분류 공청회.
현장에는 수많은 주장이 오갔지만 정작 실질적인 대안보다는 각 단체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던 현장이었다.
한편, 이선희 식약청 의약품심사부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피임약 등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은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식약청 스스로도 과학적 분류를 했다는 것에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지난 7일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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